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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감상하기 좋은 책과 영화 20쌍

책과 영화를 좋아합니다. 조금은 지루하고, 보고 있자면 불편한 것들에 더 어깨가 기울곤 합니다.
2015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꼬박 만 8년을 진행하던 독서 모임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주로 책과 영화를 함께 보는 모임이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을 엮어볼까 고민하던 시간이 참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어떤 쌍(pair)을 만들기까지는 2년 가까이 걸린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고심했던 만큼 이 리스트를 보는 분들이 색다른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살아가면서 옆구리에 꼭 차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미성숙'한 시기를 거쳐 '사랑'을 하고 끝내 '죽음'에 이릅니다. 한 시즌 동안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키워드를 볼모 잡아 대화해봐요.

1. 미숙함과 죄책감

 2020년 7월에 감상
<속죄> by 이언 매큐언
<어톤먼트> by 조 라이트
현대 문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룹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로 소설을 재해석한 영화 <어톤먼트>를 함께 보고 인간의 미숙함과 그로 인한 죄책감에 관해 얘기합니다.

2. 평범한 가족

 2020년 8월에 감상
<다섯째 아이> by 도리스 레싱
<어느 가족>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좋든 싫든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태어납니다. 인간의 근원과 가치에 대해 도전적이고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와 가족영화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함께 보고 가족과 가정에 관해 대화합니다.

3. 못생긴 사랑

 2020년 9월에 감상
<사랑의 기술> by 에리히 프롬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by 마이크 피기스
사랑하고 있나요? 사랑한 적 있나요? 사랑이란 녀석은 어떤 모양으로 생겨먹었을까요?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히리 프롬이 말하는 사랑에 필요한 능력을 듣고, 스팅의 감미로운 목소리의 OST가 돋보이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함께 보며 사랑을 나눠봅니다.

4. 나이듦과 죽음

 2020년 10월에 감상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by 데이비드 실즈
<아무르> by 미카엘 하네케
우리는 언젠가 죽습니다. 죽음에 관한 다채로운 통찰과 유머가 섞인 데이비즈 실드의 산문과, 음악가였던 노부부의 이야기로 죽음을 목도해가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다룬 영화 <아무르>를 함께 보며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죽음을 떠올려봅니다.
연약한 우리는 자주 상처받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고의로 타인에게 생채기를 내고 맙니다. 폭력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쓰러지고 또 일어설까요? '폭력'과 '소외'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한 시즌 동안 관찰해보아요.

5. ‘우리’, 그리고 ‘소외’

 2021년 4월에 감상
조르조 바사니, 『금테 안경(조르조 바사니 선집 2)(양장본 HardCover)
로베르토 베니니, 「인생은 아름다워
'우리'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죠. 소속감과 친밀함, 안정감을 주는 이 단어를 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동체임과 동시에 배척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조르조 바사니의 책 금테 안경『금테 안경』과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인생은 아름다워」는 남 일 같다가도 어느 날 코앞에 다가와 있는 '소외', 그리고 그 안에서 '정체성'을 지키려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정체성으로 어느 곳에 속해 있나요? 그곳에서 소외를 경험해본 적 있나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 폭력이 지나고 난 뒤

 2021년 5월에 감상
수 크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구스 반 산트, 「엘리펀트
1999년 미국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소년에 의해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작품을 통해 폭력이 얼굴을 내밀기까지 우리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7. 전쟁과 사랑

 2021년 6월에 감상
마이클 온다치, 『잉글리시 페이션트
안소니 밍겔라, 「잉글리쉬 페이션트
제2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남녀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의 잔혹함과 그 안에서의 사랑을 들여다봅니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함께 모여볼 거예요.

8. 미숙함

 2021년 7월에 감상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타인의 삶
서로 다른 시기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두 작품을 보고 무력 앞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되찾아봅니다.

9. ‘나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2022년 1월에 감상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크리스티안 펫촐트, 「피닉스 (Phoenix, 2014)
내가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텐데,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그 사람을 악하다고 평할 수 있죠?
방관자들은 나쁘다고 배웠지만 사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크고 작은 걸 묵인하고 살아가진 않나요?
절대악이란 없고, ‘악’은 우리의 일상에 퍼져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고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유대인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봅시다.
평소에 우리가 가졌던 생각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거예요.

10. 우리의 야심은 어디까지?

 2022년 2월에 감상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브래들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가리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특별한 불행 또는 격변의 이야기" 라고 정의했습니다.
영국의 신화를 아름답고도 몽환적으로 재해석한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함께 보며 인간의 야심과 영웅심리가 무엇을 이루고 또 놓치는지 들여다봅니다.

11. 돌고 도는 관계, 그 속의 갑을 전쟁

 2022년 3월에 감상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폴 토마스 앤더슨, 「팬텀 스레드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보이지 않는 역학이 존재하죠.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자신이 아플 때 아내가 본인을 간호하면서 묘하게 즐거워하는 인상을 받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다소 병적인 관계의 역전을 그리는 영화 「팬텀 스레드」와 타자의 발견을 위해서는 자아를 파괴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시대의 철학자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을 함께 봅니다.
라디오헤드 멤버인 조니 그린우드의 실크 드레스 같은 음악은 덤!

12.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 나이듦

 2022년 4월에 감상
마사 누스바움,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플로리앙 젤레르, 「더 파더
우리는 결국 모두 늙고 병듭니다. 치매로 기억이 뒤섞여 가는 노인과 그의 하나뿐인 딸을 그린 영화 「더 파더」를 보며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에 풍덩 빠져봅니다.
사라져가는 기억에 저항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명하게 나이들어 가길 바라죠. 21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의 지성중 한명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함께 읽으며 나이듦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라봅니다.

13. 상실은 어떻게 기억이 되고, 언제 말로 바뀌어 누구에게 전해질까요?

2022년 5월에 감상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예술성의 명품 인증마크 '칸 영화제'와 대중의 인정이 필요한 '아카데미 시상식' 모두를 거머쥔, 전 세계가 동의하는 2021년 최고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여자 없는 남자들』를 함께 봅니다.
가장 따끈할 때 함께 보고 싶어서 첫 작품으로 꺼내 들었어요.
영화가 시작된 후 40분 후에야 오프닝 크레딧이 등장하는 색다른 경험은 덤!

14. 한국 문학이 노잼이라고요?

2022년 6월에 감상
 임솔아 외 6인,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승원, 「세 자매
한국 문학은 재미가 없다고요? 신인 작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요? 김애란, 황정은, 김금희 등 사랑받는 한국 작가들 모두 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동시대 문학이 주는 생생함과 이 글자들을 그대로 필름에 담은 듯한 영화 「세 자매」를 함께 보며 우리의 현재를 얘기해봐요.

15. 아! 옛날이여!

2022년 7월에 감상
 필립 로스, 『에브리맨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인 앤 글로리
왕년에 잘 나갔던 광고회사 아트디렉터와 영화감독은 나이가 들고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각자의 영역에서 거장인 필립 로스와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들려주는 노년 이야기.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고도 여전히 섹스하고 싶은 에브리맨』 속 주인공과, 빛바랜 기억을 스페인 특유의 생생한 색감으로 보여주는 「페인 앤 글로리」를 함께 보며 두 노인의 살아있음과 죽어감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16. 법이 한 사람의 사정을 다 들어줘야 할까요?

2022년 8월에 감상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래드 리, 「레 미제라블
법은 한 사람의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세계 100대 지성’ 마사 누스바움, 법철학자이기도 한 그로부터 문학이 법전 앞에 섰을 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들어봅니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 -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현대판 레 미제라블을 보여주는 영화 「레 미제라블」 (앤 해서웨이 나오는 뮤지컬 영화 아님 주의, 지루함 주의, 그러나 이동진 별점아저씨 별점 만점 주의) 법조차 무용해 보이는 혼란 속에선 우리는 무엇에 기대야 할지 고민해봅니다.

17. 중독 - 술, 맛있지 않으세요?

2022년 10월에 감상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토마스 빈터베르크, 「어나더 라운드
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인생에 거꾸러진 주정뱅이들에게 쓴맛의 위로를 건네는 책 『안녕 주정뱅이』와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이상한 실험을 벌이는 영화 「어나더 라운드」를 함께 보고 지독한 술독에 빠져봅시다.

18. 장애

2022년 11월에 감상
 수전 웬델, 『거부당한 몸
 이길보라, 「반짝이는 박수 소리
얼마나 거동이 불편해야 장애일까요? 자주 피곤을 느끼는 사람은 장애를 가졌다고 볼 수 없을까요?
비장애인이었다가 질병을 계기로 장애를 갖게 된 캐나다 여성학 교수 수전 웬델의 이야기를 따라 100명 중 15명. 전 세계 15%를 이해하고 들여다봅니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건청인 아이(CODA, 코다)로 자란 감독 본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우리가 장애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19. 사랑 - 문득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헛갈리시나요?

2022년 12월에 감상
 해리 G. 프랭크퍼트, 『사랑의 이유
 레오 까락스, 「퐁네프의 연인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사랑이 뭔가요?'
날 것 그대로의 사랑에 관한 고전으로 통하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철학자가 설명하는 사랑의 정의를 바탕으로 들여다봅니다.

20. 청춘 - 이 시기에 앓는 열병은 우리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까요?

2023년 1월에 감상
 필립 로스, 『울분』
 로버트 레드포드, 「흐르는 강물처럼」
포근한 환경 안에서도 우리는 때때로 쓸쓸함을 느낍니다. 무한한 관심 속에서도 우리는 때때로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 진폭은 청춘기에 더욱 크게 다가와 우리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두 미국 거장 작가와 감독의 눈을 빌어, 두 개의 청춘의 삶을 들여다보고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기쁘고 아파하는지 함께 얘기 나눠요.